딸아이 실기고사 입시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장장 6시간을 기다리며 노심초사 기도로써 응원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은 삼각김밥 2개로 때우고 오후 2시 쯤에 끝나는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다. 당은 떨어지고 이제 손이 떨린다. 50대 아재는 허기가 지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불안과 초조가 엄습해온다. 하지만 오늘은 참았다. 인고의 시간이 길수록 그 결과도 결실이 남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몰려왔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70데시벨을 넘어선다. '아, 배고프다. 운전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한꺼번에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엉키고 엉켜서 지하에서 꼬박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북부간선도로인가? 하여간 구리시 짜장면 맛집을 검색해보라고 딸아이에게 말하고 네비게이션을 고정시켜 마냥 달려갔다. "짜장과 짬뽕의 맛집을 향하여"
구리 방향으로 가다가 동구능이 나오고 거기서 유턴해서 다시 춘천방향으로 향하다 보니까 중식당 유래등의 주차장 진입로가 보인다. 화려하지 않으며 단아하고 잘 정돈된 외곽만큼이나 실내도 정결아고 아담한 사이즈였다. 배가 고프니 리뷰에 추천해준대로 유니짜장과 잡채밥을 시켜 보았다. 냄새가 침을 고여서 밖으로 흐르게 만든다. 어유 배고파...
얘네들 나오자마자 배가 고파서 단무지 한숨에 씹어드시는 50대 아재의 허겁지겁함.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까 불냄새가 3미터 밖에서부터 풍기는 향미 진한 잡채밥 대령이오.
어떻게 돼지고기를 이렇게 잘 볶아낼 수 있지? 한 젓가락 집어먹고 '맛있다. 나도 이거 시킬걸!'라는 말을했다. 양파와 피망, 죽순, 그리고 넓은 당면의 단순한 조합이지만 먹을수록 고소하고 그 행복한 죽순향과 고추의 향이 행복지수를 높여주었다. 50대 아재는 오늘 또 뱃살이 두꺼비 수준으로 부풀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곧이어 등장한 나의 메뉴 '유니짜장'님. 고소한 맛과 잘잘 흐르는 윤기 좀 보소! 거기에 배고픔까지 더해지니 "어여 내 앞에 놓으셔요 직원양반"의 메아리가 깊은 곳에서 울려퍼진다.
고기 반 면 반이다. 돼지고기는 작은 깍뚝썰기로 꼬들꼬들하게 볶아져서 볶은춘장과 입에서 따로 논다. 고소하기는 일반 짜장의 2배는 족히 되고도 남아보인다. 아내는 일반짜장에 길들여 진 탓에 유니짜장의 부드럽고, 기름지며,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구미를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사 촌에서 평생을 살았으니 그 맛을 알리가 없지.
유래등의 유니짜장 역시 풍미가 진했다. 면과 고기 그리고 볶아낸 춘장의 부드러운 맛이 만족스럽다. 어느새 배가 부풀어 오를 즈음 딸 아이의 제안이 들려온다. "아빠, 그 고기 짜장 소스를 잡채밥에 얹어서 먹어도 되요?" 그거야 물론이지. 그래야 나도 한 숟가락 얻어먹지. 오브코스다, 야!!
아, 사실... 이게 제일 맛있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는데도 맛있다. 볶은고기가 춘장의 소스에 풀어지지 않고 처음 볶아나온 도도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잡채밥의 향과 더해지니 이 또한 "굿 잇츠"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치고 마신 우롱차마져도 깔끔한 마무리를 도와준다. 기름진 맛을 완전정리해 주는 느낌이다. "50대는 짜장이 제격이야!"
구리시 유니짜장, 잡채밥이 맛있는 집 ''유래등"이었다. 이제 언제 한번 또 가볼래나? (아, 내가 내돈 주고 사먹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가치있는 가치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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